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생겼다면 주변에 배울 곳을 찾게 됩니다. 가장 쉽고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은 행정복지센터나 평생학습관의 강의입니다. 또 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등 다양한 기관의 수업을 듣거나 공방을 찾아가 배우기도 합니다. 첫 수업에는 선긋기를 합니다.
붓과 친해지는 시간
대개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는 수업은 수강생의 편의를 고려해 붓보다는 붓펜으로 진행합니다. 커리큘럼을 보면 대부분 붓펜 캘리그라피에 수채화나 스케치를 접목하여 한 학기 동안 배웁니다. 붓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화선지, 먹물, 먹물 그릇, 붓, 깔판 등이 필요합니다. 모두 준비가 됐다면 붓을 잡는 방법부터 설명하고 선긋는 연습을 배웁니다. 캘리그라피는 선을 통해 글씨를 쓰고 글자, 문장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선연습이 필수입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초보자로서 선연습은 예쁜 글씨를 쓰고 싶은 마음을 잠시 뒤로하고 붓과 손을 하나로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붓펜 수업에서는 평소에 펜을 잡듯이 중간지점에 손을 두고 편하게 쓰되 손목, 팔꿈치, 팔뚝까지 붓과 함께 가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붓을 잡고 배우는 수업 역시 손목만 까딱까딱 바꾸면서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과장하자면) 몸 전체가 붓과 함께 움직여라 하고 이러한 자세가 예쁜 선이 나오게 한다고 강조합니다.
필압, 속도에 따라 선 긋기
필(筆) 압(壓)은 붓을 손으로 누르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누르는 정도에 따라 붓 모양이 바뀌고 선이 바뀝니다. 필압을 조정하면서 선연습을 하고 스스로가 두꺼운 선, 중간선, 가는 선을 어느 정도 필압으로 하면 되는지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캘리그라피에서 선의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속도를 달리해서 글씨를 씁니다. 한 번에 좌악 그리는 선(빠름), 평소에 글씨 쓰는 속도(중간), 붓이 가는 길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쓰는 선(느림)에 따라 선의 굵기, 선 자체에서 생기는 빈 공간(갈필) 등이 달라집니다. 또 선을 종이 전체 끝에서 끝까지 길게 쓰다가 짧게 쓰다가, 동그라미, 물결, 산 모양 등을 그리면서 붓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붓이 먹물을 머금고 있는 정도를 가늠하면서 갈필이 나오지 않도록 혹은 일부러 나오도록 연습하기도 합니다.
선의 두께에 따른 선 긋기
가장 왼쪽처럼 붓의 끝만 종이에 닿게 하면 가는 선이 나오고 중간 그림처럼 붓의 중간까지 종이에 누르고 선을 그으면 중간선, 마지막 그림처럼 완전히 붓 전체를 종이에 닿게 하여 선을 그리면 두꺼우면서 강한 느낌이 나는 선이 나옵니다. 한 번씩 붓의 끝, 중간, 전체를 누르고 직선, 곡선을 그려보면서 자신의 손을 어느 정도 움직이고 어느 정도 붓을 누를지 느끼면서 연습합니다. 가능하면 선의 가운데에 붓끝이 오도록 연습합니다.
처음에는 선 긋기 연습만해도 즐거운데요, 시간이 지나면 귀찮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준비운동처럼 선 긋기가 캘리그라피의 준비운동이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