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에서 시작해서 예쁜 손글씨로 감동을 주는 캘리그라피. 얼마전부터 김나현 캘리그라피 작가님께 수업을 듣는데 매수업마다 인생을 배우는 기분입니다. 필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라 반복해서 연습하고 시간을 들여야합니다. 비로소 힘있는 글씨가 공들인 시간을 필력으로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체본 따라쓰기
캘리그라피를 독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길거리 간판이나 동화책 제목의 글을 보면서 따라쓸 수 있겠다 혹은 배워보고싶다고 느껴서 도구를 준비해서 혼자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유튜브를 검색해서 많은 작가님의 채널을 보았는데 연습을 해도 아리송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독학을 할 때, 여러 작가님의 글을 보고 따라하기만 하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작가님을 골라 그분의 글씨만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합니다. 김나현님은 인스타그램에 체본도 공유해주셔서 따라쓰면 연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작가님의 글자체를 따라쓰면 자음, 모음의 형태가 익혀져서 긴 글을 쓸 때나 처음 쓰는 글자일 때 갈팡질팡하지 않고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덩어리감 익히기
김나현님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시는 덩어리감은 단어든 문장이든 하나의 묶음으로 보이게 배치를 하고 붙여쓰는 것을 말합니다. 수준급의 캘리그라피 선생님이 박사라면 아직 유치원 수준인 저의 글씨에서는 그 덩어리감이 잘 안 느껴집니다. 쌀 반죽이 따로 놀아 큰 덩어리를 만들려면 더 치대고 눌러줘야하는 단계입니다. 세 줄쓰기를 한다면 첫 줄과 둘째줄의 모음 테트리스, 일명 끼워맞춰서 사이사이 빈틈없이 쓰는 것이 아직 어색합니다. 어떨 때는 획들이 부딪히고 어떨 때는 빈틈이 너무 커서 덩어리감이 떨어집니다. 알맞은 글자 크기, 획의 두께, 선의 방향을 잘 익히려면 체본을 여러 번 보고 보고 또 보고 기억해서 그것을 종이에 써내야 하겠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일관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어렸을 때 서예를 배우면 궁서체, 판본체 등을 배우는데요, ‘획은 반듯하게, 두께는 일정하게’처럼 규칙이 있었습니다. 굳이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비교하자면 서예의 규칙을 깨고 글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캘리그라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쓰려는 문장에서 예를들어 ‘ㄹ’이 반복해서 많이 나온다면 캘리그라피에서는 ‘ㄹ’ 모양을 변형시켜서 다르게 표현합니다. 초성의 ‘ㄹ’과 종성의 ‘ㄹ’ 모양이 다르듯이 말입니다. 이것이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열과 행의 일관성을 깨는 것도 캘리그라피의 특징인데요, 세 줄쓰기에서 둘째 줄의 글자행이 더 앞으로 나오거나 윗 글자의 열과 아랫 글자의 열이 어긋나게 쓰도록하여 변화를 줍니다. 단, 전체적인 덩어리감은 유지하여야 합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재밌다가 어렵고 다시 즐겁다가 버거운 마음이 반복됩니다. 잘 하고싶은 마음에 단기간 성과를 바랐다는 반성도 들고 재미있으니까 더 해보자라는 의지도 생깁니다. 역시 김나현님의 말씀처럼 시간을 들이고 갈고 닦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잊고 있었다고 깨닫습니다. 매수업마다 인생을 배우는 기분입니다.